솔직히 크리스마스 이브날 같은 대대적으로 상업적인 날에는 밖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었습니다.
나가봤자 인파에 쓸려서 고생만 할 것 같고 뭐 좀 제대로 된 걸 먹으려면 잔뜩 걷고 바람맞고 하는 과정을 반복하기도 하고
그런 이유로 식당에 미리 예약을 하자고 생각하면 커플들에게 비싼 가격으로 세트 메뉴를 팔 요량으로 일반 메뉴를 취급 안한다는 일부 레스토랑도 있고 말이죠.
여러모로 번거로운 날이죠.
하지만 어찌 저찌하다가 크리스마스에 사람들 등골을 빼먹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예약 서비스로 와인까지 제공하는 레스토랑을 발견했어요.
홍대와 상수역 사이 온더보더 뒷편에 위치한 야오램이라는 약간 퓨전타입의 레스토랑이었습니다.
약간 이른 감이 있게 예약을 하고 (오랜만에 써는 양고기라서 가격이 조금 부담스러운 감이 있었지만 와인도 주는데요...)
오늘 잊지 않고 나름 일찍 고기님을 영접하기 전에 몸과 마음을 평화롭게 하기 위해 홍대 탐앤탐즈에서 동행분을 만났어요.
제가 좀 늦게 가게 되어서 동행분께 어디 계시냐고 문자로 급히 물어보니 탐앤탐즈에 계시다고 문자가 오시더군요.
서두르지 말라고 문자해줘서 정말 고마웠어요-
이미 늦은거 알기 때문에 최대한 빠르게 가고 있는데 재촉하는 말을 들어봤자 더 빨리 갈 수 도 없고 말이죠.
이럴 때 천천히 오라는 문자를 받게 되면 왠지 마음이 좀 안정이 되어요, 몸은 여전히 빠른모드이지만요 ^-^
그렇게 가는데 오늘 같은 날 만나는 이유로 선물을 교환하기로 암묵적으로 약속이 된 것 같아서 바리바리 싸 갖고 오던 중,
너무 무거워서 상수역 사물함에 다 쑤셔 넣고 약속장소로 아주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2층에 위치하고 계셔서 헉헉헉헉 이러면서 부르니까 뛰어왔냐고 걱정해줬어요-
이브날이라서 그런가, 별것도 아닌 코멘트가 다 너그러워보입니다 : D
시즌다운 선물 교환을 그렇게 커피숍에서 했어요.
저는 카드만 드리기 뭐해서 조촐하게 책이랑 잡다한 물건 몇가지를 챙겨드렸는데, (그것도 상수역 사물함에 두고 온 정신;;;;)
상대분은 카드와 따뜻해보이는 인형을 주셨어요.
인증은 아래에 ㅋㅋㅋ
무지 귀여워서 저는 눈물이 그렁그렁한채 감사한 마음을 가득 안고 사물함 영수증을 드렸습니다 (....)
곰돌이를 꺼내는 과정에서 모자의 방울이 떨어졌던 것 같지만 그건 기분탓이겠죠 ㅋㅋㅋㅋㅋ
이렇게 선물 교환을 마치고 상수역 사물함까지 가서 기어이 선물을 바로 픽업한 저희들은 야오램으로 바로 갔습니다.
예약 시간보다 10분정도 빨랐지만 그냥 들어갔어요.
이른 저녁시간이라 아직 한 커플+한 대가족만 있더군요.
메뉴를 적당히 훑어보니 그릴 메뉴와 스테이크 메뉴, 그리고 훠궈 메뉴로 크게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처음 고기를 먹자 라는 취지에 어울리게, 그리고 너무 정신 없이 구는건 이브의 예의가 아닐 것 같아서 스테이크를 두개 주문했어요
램 스테이크와 쇠고기 안심 스테이크를 주문해서 같이 맛보기로 했습니다.
둘다 디폴트로 코스메뉴로 나왔군요.
서비스 와인은 2008년 칠레산 미디움 바디의 카베르네 소비뇽이었습니다.
향기는 참 프루티하고 좋았는데 맛은 역시 좀 얕더군요.
하지만 이쪽이 전 오히려 마시기가 편합니다 ㅎㅎㅎㅎ
싯가는 지금 찾아보니 만원 초반인듯 합니다.
처음에 간단하게 시금치와 새우를 넣은 라비올리가 크림소스와 함께 서빙되었습니다.
그냥 평범한 맛이었지만 새우에 알러지가 있어서 크림과 밀가루 부분밖에 맛보지 못했네요.
다음에는 빵과 옥수수 스프가 나왔습니다.
아주 평범하게 파는 옥수수 스프와 흔한 모닝빵이 버터와 딸기잼과 서빙되었습니다.
생긴대로의 맛이었습니다 ㅎㅎㅎ 동행분은 옥수수 스프를 매우 마음에 들어하시는 반면 버터는 이상한 맛이라고 배척하셨어요.
다음은 연어를 올린 작은 샐러드였는데, 소스의 맛이 미묘했습니다.
좀 지나치게 달다가 끝에서 강한 시큼함이 쏘아주는 바람에 연어맛이 약간 죽어서 안타까웠어요.
동행분이 한 포크에 전부 먹으려고 하다가 우르르 다시 접시로 돌아가던 모습이 기억이 납니다 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드디어 대망의 메인요리, 스테이크님들이 서빙되었습니다.
짬짬히 와인도도 마셔주어서 한잔씩 더 따랐습니다.
램 스테이크는
공식홈의 사진
이렇게 두조각 서빙되는데 요즘은 시즌이 아닌지 아스파라거스를 빼고 브로컬리를 추가하였습니다.
당근도 빼고 통마늘을 반으로 잘라 오븐으로 구워내셨는데, 은근 별미더군요.
고기는 미디움 레어로 주문했는데 딱 적당하게 익혀주셨습니다.
소고기보다 부드럽고 냄새가 약해요.
약간 힘줄이 많다는게 좀 걸리긴 했지만 슬슬 피해가면서 자르다보면 힘줄만 분리해서 안먹을수도 있게 됩니다 ㅋㅋㅋㅋㅋㅋ
소고기 안심 스테이크는 램 스테이크의 가니쉬 그대로에 고기만 소고기 안심 한조각 서빙되는 형태입니다.
미디움으로 주문하였는데 제가 미디움 레어의 취향이라서인지는 몰라도 조금 많이 익힌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소의 풍미가 물씬 나고 안심 답게 부드러웠던 부분이 기억에 남네요.
그래도 미디움 레어의 램보다는 확연히 더 질겼습니다.
하지만 지방부분이나 힘줄부분이 별로 눈에 띄지는 않았습니다.
이쯤 되었을 때 둘이 와인 한병을 다 마셔서 그런지 기분이 있는대로 업되더군요.
역시 분위기 띄우는데는 알콜입니다 (.....어?!)
상대가 더 업그레이드 되어 보이는 효과도 때에 따라서 있을수도 있겠군요!
후식으로는 녹차와 커피 중 선택 할수 있었으며 기본으로 작고 따뜻한 초콜릿 케이크와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한 스쿱 서빙 됩니다.
평범하게 괜찮았답니다 : D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초콜릿도 포장해서 주셨어요 ^ㅡ^
전반적으로 매우 친절하고 (동행분께서 자그마치 종업원분이 제일 좋은 자리군요! 라고 말씀 하실 정도로 나름 프라이빗한 부분이 있는 자리를 예약 하셨기 때문에 계속 종업원분께서 눈치를 보러 오십니다 ㅋㅋㅋㅋ) 맛도 훌륭합니다.
고기 양이 꽤 많은 편이고 조리 역시 수준급으로 해주시기 때문에 코스의 전반부에 나오는 빵이나 잡다 스프류는 적당히 맛만 보시고 고기를 집중 공략하는것도 괜찮을 듯 합니다.
초반 애피타이저의 질을 보고 실망하시지 마시고 후반의 고기를 볼 때까지 평가를 미루는게 포인트입니다!
그렇게 부른 배를 안고 나와서 걷다가 공장 직영 세일 매장에도 들어가 보고, 화장실을 빌미로 들어간 상상마당 1층 매장에서
친구를 위해 귀여운 선물을 고르려고 했지만 의외로 마땅한 게 없어서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컵 안에 얼음 조각 (세라믹)이 있고 곰돌이가 손잡이로 붙어있던 머그는 참으로 귀엽더군요!
점점 많아지는 홍대 인파에 약간 홀리데이임을 느끼며 홍대 입구 커피빈에 잠깐 들렀다가 홍대를 떴습니다.
역시 사람이 많아지기 전에 떠나는게 진리인 것 같습니다 :D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네요, 모두 메리크리스마스!!!!